친윤'으로 평가받는 현직 검사장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해 안중근 의사 사례를 들며 헌법재판소를 "일제 치하 일본인 재판관보다 못하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하지만 비판의 핵심 내용에서 사실관계가 잘못된 것으로 확인됐다. 검사로서의 정치적 중립 의무에 어긋났을 뿐 아니라 법조인으로서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나온답니다.
이영림 춘천지방검찰청장은 12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 암살로 검거되어 재판을 받을 당시의 일"이라며 당시 재판부가 안 의사에게 1시간 30분가량 최후 진술의 기회를 줬다고 소개했다. 이어 "헌법재판소 문형배 재판관은 지난 6차 변론에서 증인신문 이후 3분의 발언 기회를 요청한 대통령의 요구를 '아닙니다. 돌아가십시오'라고 묵살했다"며 "정청래 의원의 요구에 응해 추가 의견기회를 부여한 것과 극명히 대비됐다"고 주장했다.
이 지검장은 "헌재는 대통령의 내란 혐의 관련 탄핵심판을 하면서 피청구인인 대통령의 3분 설명 기회마저도 차단하고 대통령이 직접 증인을 신문하는 것 또한 불허했다"며 "절차에 대한 존중이나 심적 여유가 없는 헌재 재판관의 태도는 일제 치하 일본인 재판관보다 못하다"고 비난했다. 그는 "21세기 대한민국 헌법기관의 못난 모습이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경청은 타인의 인생을 단죄하는 업무를 하는 법조인의 소양 중 기본이 아니던가요"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이 지검장은 '일부 재판관의 편향'도 운운했다. "가뜩이나 지금의 헌재는 일부 재판관들의 편향성 문제로 그 자질이나 태도가 의심받고 있는데 절차적, 증거법적 문제를 헌재만의 방식과 해석으로 진행하니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자기중심적 태도를 그저 옹졸하다고 치부하고 말 것인지, 일부 재판관들의 자질로 인하여 향후 결론을 내려야 하는 헌재 또한 반헌법적, 불법적 행위로 말미암아 국민의 판단대상이 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는 얘기였다.
팩트부터 틀려... 윤석열은 3분 발언 기회 요청한 적이 없다
하지만 이 지검장의 글은 사실관계부터 잘못됐다. 2월 6일 6차 변론에선 이 같은 상황이 아예 없었다.
이 지검장의 글에서 묘사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 2월 4일 5차 변론 때 있긴 했다. 하지만 당시 '3분 발언'을 요청한 사람은 윤 대통령이 아니라 그의 법률대리인, 윤갑근 변호사였다. 당시 윤 변호사는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증인 신문 후 윤 대통령이 8분 넘게 의견 진술을 마쳤는데도 재판부에게 '추가 신문할 시간 3분을 더 달라'고 요구했다.
문 재판관이 말한 '약속'은 증인을 부를 경우 신청한 쪽의 주신문 30분, 반대신문 30분, 재신문은 15분씩 시간을 엄수하기로 한 것을 뜻한다. 문 재판관은 11일 8차 변론 중 윤 대통령 쪽 법률대리인들이 국회 쪽 증인신문 중간에 끼어들며 문제 제기하자 "이래서 제가 시간에 기반해 규제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제지하기도 했다.
헌재는 지난달 23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나왔을 때는 윤 대통령 본인의 신문을 허용했지만, 2월 4일 5차 변론부터는 "증인 신문은 양측 대리인만 하고, 본인이 희망하면 증인신문이 끝난 후 의견진술 기회를 드리겠다"고 공지했다. 이 기준에 따라 청구인 '국회'를 대표하는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에게 질문할 기회를 달라고 했을 때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에게 '추가 의견기회'를 부여하지도 않았다. 윤 대통령에 이어 의견진술하도록 했을 뿐이다.
'윤석열 탄핵심판'을 '안중근 일제 재판'과 비교한 친윤 검사장
사실관계부터 맞지 않는 글을 올린 이 검사장은 2020년 수사권 조정 논란 당시 이프로스글로 "검찰을 다루는 저들의 방식에 분개한다"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바 있다. 이후 대전고검으로 전보된 그는 같은 해 10월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전고검·지검을 방문했을 때 기념사진도 찍었답니다.
이 지검장은 '검언유착' 사건 1심 때 현직 검사 신분으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서울남부지검 공보관 시절 채널A의 신라젠 수사 관련 취재에 관해 "특별히 이상하게 느낀 건 없었다"고 발언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후인 2023년 9월,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국회 탄핵소추인단 관계자는 언론과의 한 통화에서 "친윤 검사장이 헌법재판관들을 공격하고 있다"며 "정치적 중립성 위반이고, 검사로서의 품위에 비춰도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반헌법적인 행태"라며 "지금 국민의힘도 내란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공수처와 검찰, 경찰, 법원의 수사 등을 놓고 계속 논란을 만들다가 헌법재판소마저 공격하고 있다"며 "법률가로서 직무를 수행해야 되는 검사로서도 있어선 안 될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 지검장 글에도 "식민치하 일본 제국주의 법원과 현재 우리 헌법재판소를 비교한다거나 안중근 의사님과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를 비교하는 것은 선을 넘은 것 같다"는 비판 댓글이 달렸다. 이 댓글은 또 "사형 선고 전 최후진술과 주기도 하고 안 주기도 하는 직접 증인신문 또는 발언기회는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며 "심판 전이나 판결 전 최후진술은 충분히 보장되리라 생각한다"고 했답니다.
윤석열 측 호응 "헌재 깊이 경청해야"
윤 대통령 측은 이 지검장의 글이 알려지자 즉각 이에 호응했다.
이날 오후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일제 강점기 재판관보다 못하다는 헌법재판관 - 부끄러움을 넘어 두려움을 느껴야 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변호인단은 "오늘 현직 검사장이 헌법재판소에 대하여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면서 "헌법재판소가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를 희생양 삼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야 한다는 일침은 헌법재판소가 깊이 경청해야 할 지적"이라고 주장했답니다.